[이종기 교수의 술 이야기] 전설로 본 술의 기원 : 노아의 만취

흰 수염이 성성한 노아의 얼굴이 취기로 불그레 달아올랐다.

저 멀리 아라라트산 정상으로부터 신의 음성이 또렷하게 들려왔다.

“노아야 너의 마음속에 늘 지금과 같은 믿음을 간직하거라.

네게 어떠한 사악함도 깃들지 않도록 모든 것을 벗어버려라.  

그리고 신의 피를 통하여 부활하는 신성을 마음껏 향유하여라…….” 

 

노아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노아의 마음은 신에 대한 존경심으로 가득 차 올랐다.

이윽고 벌거숭이가 된 노아는 더욱 경건하게 와인잔을 두 손으로 떠받들고 하늘에 고했다.

“만물의 창조주인 신이시여. 저, 노아는 신의 은총으로 이 포도주를 마시나이다. 

이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당신께 가까이 가려함입니다…….”

 

노아는 일찍이 신으로부터 가장 선한 인간으로 점지되었다.

아담과 이브의 실낙원(失樂園) 이래 인간 세계는 타락으로 치달았다. 이에 노한 신은 악의 무리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물의 심판을 내리기로 작정한 신은 노아로 하여금 방주를 준비하도록 하였다. 노아는 120년에 걸쳐 배를 만들었다.

신의 지시에 따라 각종 동물 한 쌍씩을 선정하고 온갖 식물의 씨앗을 배에 실었다.

마지막으로 노아의 아내와 세 아들 부부를 태우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150일 동안 쉬지 않고 내린 비로 세상은 온통 물바다가 되었다.

이 대홍수로 말미암아 노아의 방주에 실린 선택된 생물만 살아 남았을 뿐 땅덩이는 태초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홍수가 끝나고 노아의 방주가 기착한 곳은 아르메니아의 아라라트산 기슭이었다.

 

노아는 신께 무슨 제물을 드릴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였다.

그는 대홍수 이전에 매년 추수 감사제에 포도주를 제물로 썼던 기억을 떠올렸다.

 

가을에 수확이 끝나면 포도덩굴은 죽어버린다. 그러나 봄이 되면 대지에서 다시 움이 돋고 포도덩굴은 부활한다.

가을에 포도덩굴을 자르면 수액이 솟아나는데 사람들은 이를 인간의 피에 비유했다.

노아의 족속들은 이것이 신의 부활의 상징이라고 믿었다.

더욱이 포도로 빚은 포도주는 썩지도 않으며 그것을 마시면 배탈도 나지 않았다.

그 묘한 액체는 온갖 괴로움을 잠재워 주었고, 때로 신의 음성을 들려주기도 했다.

노아는 포도원을 만들고 거기서 수확한 포도로 포도주를 담갔다.

 

포도주가 익어 신께 제를 올리면서 노아는 한잔 한잔 거듭해서 포도주를 마시게 되었다.

지난 120년 간의 생활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신에게 구원을 받은 기쁨과 안도감이 온몸을 휩쌌다.

곧 이어 신의 심판을 받은 무리들이 홍수 속에서 아비규환을 이루었던 풍경도 떠올랐다.

 

노아의만취 - 오미나라

[술에 취한 노아]

노아는 대취하여 그 자리에서 잠이 들었다.

 

노아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는데 둘째 아들 함은 아버지의 벌거벗은 모습을 보고 부끄러워 하였다.

장자인 셈과 셋째인 야벳은 뒷걸음질로 다가가 그에게 옷을 덮어 주었는데 나중에 술에서 깨어난 노아는 

자기의 벌거벗은 모습을 본 함에게 벌을 주었다.

술에서 깨어나자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일까?

희고 검은 양면을 가진 술의 세계가 이렇게 하여 인류 앞에 펼쳐지게 된 것이다.

 

‘술을 알면 세상이 즐겁다’ 中에서

 

 

By | 2017-09-05T16:33:57+00:00 2017, 09, 05|명인 칼럼|0 Comments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