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 교수의 술 이야기] 위스키의 탄생과 숙성

위스키의 역사

문명은 우연한 기회에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반전하곤 한다.

12세기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카톨릭의 수사들은 중동의 연금술사로부터 증류주의 비법을 전수받고 돌아왔다.

  

십자군전쟁

십자군 전쟁은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한 명분으로 유럽의 기독교 세력과 중동 및 이집트의 모슬렘 세력 사이에 10여 차례 계속된 소모전이었는데 이 전쟁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부수적으로 동서간의 문물 교환에 큰 기여를 했다.

  

  

위스키는 이 전쟁이 끝난 직후 중동지역으로부터 돌아온 카톨릭의 수사들에 의해 탄생되었다.

위스키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고급 증류주들은 모두가 이 전쟁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랍에서는 술을 마시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연금술사들은 알코올을 증류하여 향료나 화장품 제조에 사용했다.

알코올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랍어의 콜(kohl)에서 비롯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오늘날까지도 눈썹 화장을 하는 화장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럽의연금술

연금술사들로부터 기독교의 수도사들에게로 전수된 알코올 증류 비법은 순식간에 유럽 각지로 퍼져 나갔다.

  

영국의 에일을 증류하여 만든 거친 알코올은 스코틀랜드의 겔릭어로 ‘우스게바(Usquebaugh-생명의 물)’ 라고 불려지게 되었다.

이 말은 후에 음변형이 되어 위스키로 되었고, 이로부터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스카치 위스키가 위스키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

출처 : kierlandresort.com

  

 

위스키 숙성 기술의 발전

스코틀랜드는 지구의 거의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어서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고 겨울에는 밤이 매우 길다.

해양성 기후인 탓에 겨울에는 궂은 날이 지속되기 일쑤인데 사람들은 길고 지루한 밤을 위스키를 마시면서 지낸다.

스카치 위스키도 처음에는 기껏해야 톡 쏘는 향과 거친 맛을 가진 평범한 소주 종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스카치 위스키가 어떻게 하여 오늘날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맛을 지니게 되었을까?

  

  

제임스1세

제임스1세

18세기 초 스코틀랜드의 국왕 제임스 1세가 잉글랜드 국왕을 겸하게 되면서 대영제국(United Kingdom)이 탄생되었다.

원래 민족과 문화가 서로 다른 스코틀랜드인들과 잉들랜드인들은 견원지간처럼 싸워 왔다. 하나의 국가로 통합된 이후로도 이들간의 감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런데 대영제국이 위세를 떨치게 되면서 국내의 재정 수요가 늘어나게 되자 조세 수입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술에다 주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특히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서 중과세 대상이 되었다.

그러자 당시 위스키를 생산하던 스코틀랜드인들은 주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증류기를 산속으로 옮기고 위스키를 몰래 만들기 시작했다.

증류 과정에서 연기가 나기 때문에 이들은 밤에 망을 보면서 증류를 했다.

그 바람에 이들은 ‘달빛치기(MOON SHINER)’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출처 : whisky.com

   

1907년경의 위스키 제조 광경

1907년경의 위스키 제조 광경

이들은 몰래 증류한 위스키를 술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기 위하여 오크통에 담아서 동굴 같은 곳에 숨겨 놓았다.

 

그런데 이게 웬 횡재인가? 몇 년 후에 통 속의 위스키를 따라 보니 말간 호박색의, 맛이 부드럽고 향이 풍부한 고급 술이 나오는 게 아닌가!

이처럼 우연이 낳은 숙성법이 널리 퍼지게 되면서 스카치 위스키가 마침내 증류주의 왕자로 군림하게 된 것이다.

 

   

 

위스키는 5년 이상 숙성시켜야 제맛이 나는데, 위스키를 오크통에 보관하면 오크통에서 우러난 여러 성분들과 서로 반응하여 점차 부드럽게 숙성된다.

이렇게 위스키의 향미가 익어가는 과정은 복잡하여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다만 사람들이 아는 것은 숙성 도중 술이 날아간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숙성된 귀한 술을 사람이 마신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딘지 미안한 생각이 드나 보다.

그리하여 술꾼들은 숙성 중에 날아가는 부분을 ‘천사의 몫’이라 하고 하늘에다 나누어주는 체 짐짓 생색을 낸다.

  

 

By | 2018-08-16T18:12:58+00:00 2018, 08, 16|명인 칼럼|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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