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주 이야기

민속 전래의 명절인 설날이나 추석을 전후하여 약주를 마시는 기회가 많을 것이다.

흔히 약주라 하면 약으로 쓰이는 술인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약주는 약으로 쓰이는 술이란 뜻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유래를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흉작이 들거나, 가뭄이 심한 경우 금주령을 내린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한 세도가가 금주령이 내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술의 감미로움을 잊지 못해 몰래 밀주를 담가 놓고 마셨다.

그러다가 누구에게 들키게 되면 “이건 술이 아니라 약일세.”하고 변명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행세했던 것이다.

  

이 때부터 약주라는 말이 생겨났고 이 말이 민간에 널리 퍼지면서 윗사람 앞에서 술 얘기를 할 때는 약주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술에 취한 사람을 보고 “술 취하셨군요.”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약주가 좀 과하셨군요.”라고 점잖게 말하는 것이 한결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물론 술이 약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대수로운 병이 아니지만 옛날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던 병이 있다.

칼슘 등의 고형 성분이 콩팥에서 미처 배출되지 못하고 뭉쳐서 돌이 되는 신장 결석 현상이다.

  

이 돌이 콩팥의 어느 부위에 들어 있다가 요관으로 이동하게 되면 마치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 격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 경우 돌의 크기가 너무 커서 자연적으로는 도저히 배출되기가 어려울 정도라면 부득이 수술을 하거나 약물로 녹여서 내려야 한다.

그러나 돌의 크기가 요관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는 특효약이 있으니 그게 바로 막걸리이다.

  

술을 마시면 대부분 위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주로 대장에서 흡수되는 물을 마실때보다도 배뇨에 걸리는 시간이 훨씬 짧아진다.

따라서 막걸리를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다량의 소변을 보게 되는데 이때 신장에 끼어 있던 결석을 술로 씻어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막걸리는 술이 아니라 약인 것이다. 필자는 두 번이나 술로 신장 결석을 치료한 경험이 있다.

  

  

동의보감의 한방 미주(美酒) 편에는 약술의 제조 방법과 효능에 대하여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그 대부분이 과일이나 꽃을 소주에 침술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들은 다음과 같다.

  

오가피주는 이른 봄 오가피나무가 발아하기 전에 뿌리를 채취하여 껍질만 벗겨서 담근다. 낭습을 치료하며 정력을 돋우는 데 특별한 효능이 있다.

  

죽순주는 어리고 연한 죽순을 채취하여 담그며, 장복하면 신경통이나 중풍 예방에 효과가 있다.

이러한 약술들은 잘만 복용하면 병도 고칠 수 있고 기분도 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취미 삼아 약재를 이용한 좋은 약술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세법상 주류로 분류되어 있는 약주는 청주와 유사하지만, 감미료나 약재를 첨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토속주는 일제 시대의 가혹한 조세 정책으로 말미암아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민가에서 담그는 가용주는 주세를 징수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제조를 금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88서울올림픽과 함께 민속주 개발에 관한 법령이 개정된 이후,  전국 각지에서 민속주 개발 붐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 중 몇 가지를 제외하면 제조량이나 품질 및 영업 활동 면에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루속히 경쟁력을 갖춘 민속 약주가 개발되어 기존의 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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