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딧물의 난

광우병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한때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이슈가 사회의 쟁점이 되기도 했었다.

 

광우병은 1990년대 중반 영국에서 발견된 소에 치명적인 질병인 광우병이 인간에게도 전이되는 것으로 판명됐다.

영국에서는 이 병으로 80여 명이 앓거나 죽었다고 한다. 이 사태는 즉각 인접한 유럽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각국에서는 소나 소의 가공품을 수입금지하는 등의 조치들이 취해지기도 하였다.

2000년도 초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캐나다산 녹용을 수입금지하는 등 이와 관련된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조류인플루엔자(A.I)는 닭,오리등의 조류에서 생기는 바이러스로 일부 경우 사람에게 전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작물이나 가축의 질병으로 인한 소동은 인간에게 공포와 함께 자연의 탐구에 대한 분발심을 유발한다.

와인의 유구한 역사에도 이와 같은 난리가 수차례 있었으니 그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보자.

 

 

1862년 나폴레옹 황제는 파스퇴르를 궁정에 초대했다.

 

나폴레옹은 그에게

“전장에 나가서 와인을 마시면 왜 맛이 없는가?”

하고 물었다.

 

당시 프랑스 와인은 세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식음료로 간주됐다. 프랑스의 대외무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품목이었다.

발효의 원리를 발견한 파스퇴르는 2년 후 나폴레옹에게 이른바 파스퇴르 살균법(저온 살균법)을 보고함으로써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그는 박테리아나 곰팡이가 와인을 산패시키며 6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이를 퇴치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로써 파스퇴르는 프랑스의 영웅이 됐다.

 

 

그로부터 수년 후 이번에는 포도 넝쿨이 말라 죽어 아예 포도를 수확할 수 없는 질병이 프랑스 전역에 퍼졌다. 이것은 와인이 변질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

 

보르도 부르고뉴의 포도원들은 순식간에 황폐해졌다.

파리 근교에서는 아예 포도원을 포기하고 사탕무로 값싼 술을 만들었다.

 

그 원인은 나중에 알게 됐는데 필록세라(Phylloxera)라는 진딧물의 일종이 포도의 뿌리를 갉아 먹었기 때문이었다.

이 진딧물은 미국에서 품종 개량용 포도 종묘와 함께 유럽 대륙에 상륙한 것이었다.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이 미물에 의해 로마시대부터 유구하게 내려온 수만 개의 와인농장이 초토화한 것이다.

1870년대 중엽 유황화물이 이 진딧물의 특효약이라는 것이 알려진 후 포도원은 재건됐다.

 

 

그러나 진딧물의 난은 세계 와인산업의 개편을 불러와 미국을 비롯한 신대륙에 포도원이 조성됐다.

오늘날에는 이때부터 생긴 캘리포니아나 오스트레일리아 남미의 포도원에서도 일류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또한 포도 진딧물의 난은 증류주 산업이 발달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스카치위스키는 와인과 브랜디의 생산량이 줄어듦에 따라 그 대체제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2차대전 중에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만들지 않았다면 처칠은 살아났을까?

만일 처칠이 폐렴으로 죽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역사의 인과관계는 참으로 기묘하게 얽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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