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 위스키

스코틀랜드 민족시인 로버트 번스의 시를 읽노라면 우리의 시인 김소월과 박목월 그리고 신엽이 생각난다.
그들이 산 시대는 다르지만 그들의 시에서 풍기는 향토 사랑과 서민들의 소박한 생활상은 마치 오래되어 빛바랜 옛 사진 첩을 보는 것과 같이 그리움의 세계로 인도한다.

 

스코틀랜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가끔 지상을 내려다보며 그 옛날 증류기술이 전파된 길을 생각해본다.

증류주전파경로비행기의 항로는 서해를 건너 북경을 넘어 몽골을 지난다.

중동의 연금술사들로부터 이 길을 통해 고려에 전해진 증류기술로 우리 선조들은 소주를 내려 마셨다. 조선시대만 해도 소주는 귀족들만 마시는 고급 중의 고급술이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중동에서 지중해를 건너 멀리 북극 섬나라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 전해진 증류기술로 그들은 위스키를 빚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온 영국을 휩쓸어 농민들은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고 있었다.

스코틀랜드 서남부 알로웨이의 한 농가에서 태어난 로버트 번스는 산업화의 물결에 밀려 사라져가는 전통과 민속의 아름다움을 시로 읊었다. 그에게 있어서 조국 스코틀랜드는 삶의 의미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는 스코틀랜드 전역을 돌며 민속을 스케치하여 스코틀랜드 방언으로 시를 썼다. 그의 모든 여정을 동반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위스키였다.

 

그때 스카치위스키는 오크통에 담겨 산속의 동굴에서 숙성되었다.

글렌리벳 위스키

이른바 밀조된 위스키가 빛을 보게 된 것은 수십 년이 지난 1824년 더 글랜 리벳 증류소가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이후였다.

 

아무튼 평범한 소주가 그윽한 위스키로 발전된 것은 오크통에서 숙성되었기 때문이었다.

로버트 번스의 시는 에든버러에서 발간되는 신문에 게재되었는데 시편마다 스코트인들의 찬사를 받지 않은 것이 없었다.

번스는 스코틀랜드와 위스키를 다음과 같이 찬양했다.

 

현자여 눈을 감으라

철학적 냄새를 거두고

위스키의 이름을 고어로 말해 보렴

‘생명의 물’아니런가?

스코틀랜드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여

(중략)

자유와 위스키는 함께 하나니

꿈을 향해 용솟음칠지니.

 

위스키는 실로 스코트인들의 크나큰 위안이 되었으니 지금도 스코틀랜드의 주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스카치위스키 원액 증류소인 스트라스 아일라 증류소는 번스의 말년 무렵에 지은 공장으로서 200여 년 동안 최고급 원액을 생산하여 전 지구촌에 생명의 물을 공급하고 있다.

위스키는 번스의 시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번스의 ‘올드랭사인’을 들으며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마시는 한 잔의 위스키는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한때 세계의 조선소였던 클라이드 강을 굽어보며 흘러간 자취를 그리워하는 것은 살아있는 이들의 특권이 아닐까? 자 한 잔의 위스키를 들며 삶을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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