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순주와 창포주

우리 민족은 여가를 즐기는 풍류족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때때로 모여 민속놀이와 함께 음주와 가무를 즐겨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노래를 즐겨 부르는데 비하여 서양 사람들은 가수나 노래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만이 노래를 부를 줄 안다.

몇 년 전 중국의 길림성에 사는 조선족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우리 민족이 음주와 가무를 즐기는 모습은 이웃 한족 문화에는 특이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활엽수에 신록이 우거질 즈음 소나무엔 순이 나고 송화가 핀다. 이때의 싱그런 솔 향은 저절로 기운을 돋게 한다.

 

소나무 순을 이용한 송순주는 이때의 절기주로 조선조 중기부터 전래되고 있다.

 

조선 선조 때 병조 정랑 김택의 부인이 전주지방에 내려오는 속설에 따라 송순주를 담가 남편의 위장병과 신경통을 고친 후 대대로 전승시켰다 한다.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 의하면 송순주는 정월에 빚은 소주와 송순을 첨가한 약주를 섞어 발효시킨 술로서 일종의 혼성주다.
송순을 그냥 술에 넣을 경우 지나치게 강렬한 송진 냄새와 쓴 맛으로 술의 향미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다.

영조때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에 의하면 이런 점을 알고 송순을 다듬어 살짝 데쳐서 식힌 후 술밥과 섞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빙허각은 송순주 비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송순주 한 말을 빚으려면 멥쌀 두되를 옥같이 썰어 씻고 씻어 쌀눈을 지운 다음 물에 담갔다가 이튿날 가루로 빻아 곱게 쳐 좋은 누룩가루 한 되를 섞는다.

이것을 풀처럼 만들어 따뜻한 곳에 4∼5일 두면 술밑(효모의 집합체)이 된다.

이 술밑을 차게 식힌 고두밥과 버무려 미리 준비한 송순과 번갈아 한 켜씩 앉힌 다음 7일 동안 발효시킨다. 여기에 미리 준비한 소주를 부어 익힌 후 용수를 박으면 말갛게 술이 괸다.

 

이 술은 솔향기가 은은하게 풍기며 감칠맛 있는 미주로 이름이 높다. 송순주는 알코올 농도가 높아 저장성이 좋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농도가 13% 이상이면 미생물이 활동하기 어려우므로 부패하지 않는다.

우리 선조들의 실험정신이 낳은 비법이 아닌가?

 

 

세계적으로는 스페인의 셰리, 포르투갈의 포토와 이탈리아의 버무스 등 강화 와인이 이와 유사한 제조방법을 가지고 있다.

단오요즘에는 농사가 개량되어 파종을 일찍 하는데 예전에는 모내기를 마칠 때쯤 되면 단오가 된다.

단옷날은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제사 날이기도 하다.

단옷날은 무더위가 시작되는 때이므로 사람들은 여름에 질병에 걸리지 않기를 기원했다.

 

이날 아침 부지런한 여인네들은 창포이슬을 받아 화장수로 사용하며 창포를 삶아 머리를 감고 그네를 탄다.

 

남정네들은 창포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는데 창포주를 마시면 창포의 향기에 질병이 물러간다는 무속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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