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 교수의 술 이야기] 와인과 테이블 매너

식생활의 특성은 소비되는 술의 종류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예컨대 미끈미끈한 기름을 많이 쓰는 중국요리에는 입안과 목을 화끈하게 해주는 고량주가 알맞을 것이다.

육식을 위주로 하는 서양 식사에는 빠지지 않고 와인이 곁들여진다. 물론 유럽의 기후와 토양이 포도 재배에 적합했기 때문에 와인이 대량생산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서양인들이 식사 때 와인을 즐겨 마시는 것은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올바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탈리아를 비롯하여 프랑스나 스페인 등지의 포도원들 가운데는 로마 시대 당시부터 포도밭으로 개간된 것들이 많다.

로마인들은 벌써부터 육식과 와인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체질이 산성화되기 쉽다.

그런데 와인은 자체로서는 산성이나 사람이 섭취하여 분해하였을 때는 알칼리성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고기를 먹을 때 와인을 함께 마시는 것은 체질의 산성화를 방지해 주는 적절한 조화라고 할 수 있다.

  

 

테이블 매너

와인을 마실 때의 테이블 매너는 서양인들의 오랜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중 어떤 것은 기능을 살리기 위한 것이며 어떤 것은 단순한 습관에 불과하기도 하다. 따라서 단순히 습관적인 것은 굳이 그대로 따라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와인을 마실 때의 온도는 그 와인의 품질 특성에 따라 지켜 주는 것이 향과 맛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잔에 와인을 받을 때 잔을 그대로 탁자에 놓고 받는 것 정도는 굳이 지키지 않아도 무방할 것이다.

 

파티가 열리는 경우 그 파티를 주최한 호스트가 우선 자기의 잔에 약간의 와인을 따른 다음 먼저 맛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관습의 유래에 관해서는 엇갈린 이야기가 있다.

전쟁 중 회담 타결 기념으로 술을 마실 때 그 술에 독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주인이 먼저 마셔 보인 데서 나온 관습이라는 것이 하나의 해석이다.

한편 코르크 마개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보통의 나무 뚜껑에다 아마포를 싼 후 올리브유를 발라서 밀폐하였는데, 술을 따를 때 와인에 올리브유가 혼입되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주인이 먼저 맛을 보았다는 것이 또 하나의 해석이다.

어느 쪽이 정설인지는 모르나 주인의 정중한 마음 씀씀이를 나타내 주는 멋있는 풍습이 아닐 수 없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웨이터나 소믈리에(Sommelier: 와인 및 음료 보관 및 서비스 관리자)가 카르트 드 뱅(Wine List)을 가지고 와서 와인을 주문 받는다.

소믈리에는 파티의 주최자(Host)에게 와인의 상표를 보여주고 그 와인에 대하여 설명해 준다. 호스트가 와인을 시음한 다음 그 품질에 흡족해 하지 않을 경우에는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다.

주최자가 와인에 만족하는 경우 손님들에게 와인을 따르도록 지시한다. 보통은 주최자의 오른쪽에서 시작하여 여자 손님의 잔을 먼저 다 따른 다음,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남자들의 잔을 채운다.

첫 잔은 대개 주인의 제의에 따라 잔을 들어 건배를 외친 다음 한모금을 마신다.

그러나 술마시는 양에 대해서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자신의 주량이나 그 날의 컨디션을 감안하여 자연스럽게 마시면 된다.

 

 

와인 다루는 법

와인을 저장할 때는 옆으로 비스듬히 눕혀서 와인 액이 항상 코르크 마개를 적시고 있게 하는 것이 올바른 저장법이다.

와인의 보관 장소로는 햇빛이 안 드는 서늘한(10°C 내외) 장소가 좋다.

와인의 숙성 기간은 와인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로제 와인은 2~3년, 화이트 와인은 4~6년, 레드 와인은 5~15년이 적절하다.

  

와인셀러

최근에는 다양한 와인셀러들이 출시 되어 보관에 고민을 한결 덜어주기도 한다.

 

 

세계의 와인 포장에 쓰이는 코르크 마개의 90%는 포르투갈산이다.

코르크 마개는 탄력이 좋고 조직이 치밀한 것이 좋다. 코르크 마개를 따는 데는 스크루가 달린 기구가 필요하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마개를 딸 때 코르크 조각이 떨어지게 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개 따는 기구의 스크루 부분이 코르크 마개에 적당한 깊이로 들어갈 때까지 스크루를 회전시키는 것이 좋다.

 

 

 

와인잔

와인잔은 대개 튜울립 모양으로 된 술을 담는 부분과 긴 대롱식의 손잡이, 그리고 원형의 받침으로 구성되어 있다.

 

와인잔 명칭

잔을 튜울립 모양처럼 주둥이 부분을 좁게 만든 이유는 와인의 향기가 한데로 모이도록 한 것이다.

술은 인간의 5관을 모두 즐겁게 하는 것이므로 와인의 향과 맛 뿐만 아니라 색깔과 청징도도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와인잔은 수정같이 투명한 것이 좋다.

 

 

wine glass

출처 : 소믈리에타임즈

 

와인잔의 크기는 100ml에서 250ml까지로 다양하다. 식전이나 식후의 와인잔은 대체로 작은 것을 사용하고 테이블 와인용으로는 큰 것을 사용한다.

  

와인잔을 잡을 때는 반드시 대롱 부분을 잡아야 한다.

튜울립 모양의 부분을 받쳐 잡으면 와인잔에 체온이 전달되어 와인의 맛이나 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잔 잡는 법

출처 : 제이하우스 블로그

 

와인잔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최초로 만들어진 와인잔은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손꼽히는 트로이의 헬레네(Helen)의 유방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그후 프랑스에서는 루이 16세 시절 호화와 사치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의 유방 모양을 본뜬 와인잔을 만들었다.

 

왕비의 유방 모양을 흉내낸다는 것은 동양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아름다움을 뽐내는 서양 미인들의 기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와인 감상법

잔에 와인을 따를 때는 3분의 2 정도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잔을 받을 때는 잔에 손을 대지 않고 다 따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서양시 에티켓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잔을 손으로 들어서 받는 것도 무방하다고 생각된다.

  

와인을 감상할 때는 오감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먼저 시각으로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미묘한 금색이 나는 화이트 화인과 분홍색의 로제 와인, 그리고 검붉은 레드 와인은 각기 청징스럽고 빛이 나는 휘도(輝度)를 가지고 있다.

 

 

크리스탈처럼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맑은 와인을 보는 즐거움은 와인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아니면 느낄 수 없다.

유리잔을 원형으로 천천히 흔들어서 와인을 잔의 내부에 묻힌 다음 잔의 내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와인을 보면 마치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는 것 같은 부드러운 율동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잔을 코 끝에 가까이 대서 잔에서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냄새를 맡고, 잔에 괴어 있는 향기를 들이키게 되면 전체적인 향을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부터 포도에 함유된 과일향(아로마: Aroma)과 발효나 숙성과정에서 생성된 부케(Bouquet)가 조화를 이룬 와인의 은은한 향기는 술꾼을 유혹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맛도 혀 끝에 닿을 때의 맛과, 입속에서 느껴지는 맛, 그리고 목으로 넘어갈 때 느껴지는 맛들을 모두 음미하는 것이 와인의 올바른 감상법일 것이다.

신맛, 떫은 맛, 쌉쌀한 맛, 단맛이 고루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는 와인의 맛은 와인의 종류마다 기준이 다르다.

  

화이트 와인은 신맛이 발달되어 있고 레드 와인은 떫은맛이, 그리고 아이스 와인은 단맛이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와인을 마실 때는 한 모금 들이킨 후 입속에 잠시 동안 머금어서 충분히 맛을 음미한 후 목으로 넘기는 것이 좋다. 음식을 입어 넣고 와인을 함께 씹어도 좋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와인과 요리

서양식의 고급 식사시에는 반드시 와인이 함께 나오게 마련이다.

식전에는 맥주가 식전 와인을 대신할 수도 있으며 디저트 와인 대신 브랜디나 리큐르가 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식사 중에 마시는 술은 거의가 테이블 와인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와인과 함께 음식을 먹을 때 서로 잘 어울리는 궁합에 따른 몇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 원칙1: 묵직한(heavy) 것과 가벼운(light) 것 끼리끼리

가벼운 맛을 내는 음식에는 가벼운 와인이 어울린다. 즉 새우, 바다 가재 등의 담백한 갑각류 요리에는 라이트(Light)한 화이트 와인이 좋다. 닭 등의 가금류의 요리에는 그윽한 화이트 와인이나 로제 와인이 어울린다.

소고기 등 단백질이 풍부하며 맛이 묵직한 요리에는 탄닌 성분이 많고 무거운 적포도주가 어울린다.

 

 

․ 원칙2: 단백질은 떫은 레드 와인, 지방은 신맛나는 와인으로

지방은 탄닌의 떫은맛을 더욱 강하게 하고 단백질은 떫은맛을 흡수하여 제 삼의 부드러운 맛을 낸다.

지방질은 신맛을 약화시키고 신맛은 느끼한 맛을 없애준다. 소고기에는 떫은 레드와인이 어울리나 돼지고기에는 신맛나는 레드와인이 더 잘 어울릴 것이다.

 

 

․ 원칙3: 짠 음식엔 단맛나는 와인으로

달거나 짠 음식은 단맛(단맛은 Sweet, 쓴맛 또는 단맛이 없는 것을 Dry라 함)나는 와인이 잘 어울린다.

우리나라 음식은 비교적 짠 음식이 많은데 짠 음식은 탄닌 성분을 더욱 떫게 만든다.

 

 

․ 원칙4: 식전에는 신맛나는 와인, 식후에는 단맛 나는 와인으로

식전 와인(Aperitif)은 신맛나는 화이트 와인이 좋다.

신맛은 침샘을 자극하여 침이 나오도록 만든다. 침은 알카리성이므로 산성을 중화하려고 계속 분비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단맛은 침 분비를 억제하므로 식후에 디저트 와인으로 마셔야 한다.

  

  

와인은 식사의 순서에 따라 다음과 같은 용도로 구분된다.

 

․ 식전 와인(Aperitif)

식사 전에는 식욕을 돋우고 입안에 침이 돌 수 있도록 약간은 자극적인 강화 와인이나 신맛이 나는 화이트 와인, 또는 드라이한 샴페인이 애용된다.

 

알코올 농도가 약간 높은 강화 와인은 스페인의 셰리, 포르투갈의 포트, 이탈리아의 베르무트(Ver-mouth) 등으로 이들이 대표적인 식전 와인이다.

화이트 와인으로는 산도가 다소 높은 프랑스의 알사스 와인, 독일의 라인모젤 와인이 많이 쓰인다.

 

 

․ 테이블 와인(Table Wine)

식사와 함께 반주(飯酒)로 마시는 와인을 테이블 와인이라 한다. 테이블 와인은 요리의 종류에 따라 다른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화이트 와인은 맛이 가볍고 산뜻하므로 생선과 잘 어울린다. 일반적으로 화이트 와인은 신맛이 있어 생선의 담백한 맛과 조화를 이룬다.

 

레드 와인을 육류와 함께 마시는 이유는 레드 와인에는 떫은 탄닌 성분이 많아서 육류의 기름기와 짙은 향을 완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의 요리에는 비교적 향과 맛이 가벼운(light) 레드 와인이 사용되며 쇠고기나 돼지고기 등에는 중후한 보르도풍 레드 와인이 애용된다.

레드 와인은 대부분 테이블 와인으로 쓰인다.

 

 

․ 디저트 와인(Dessert Wine)

식후에 먹는 단맛이 나는 음식은 입안의 침샘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식욕을 아물게 하는 의미가 있다.

같은 이유로 디저트 와인으로는 단맛이 강한 와인이 주로 사용된다. 좋은 디저트 와인으로는 소테른느 지방의 화이트 와인, 라인 벨리의 늦따기 와인, 나이라가라의 아이스 와인 등이 손꼽힌다.

 

<와인 테이블 세팅>

 

이러한 조합은 주로 프랑스의 궁정 미식가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들은 각각의 와인이나 음식의 맛, 소화되는 상태 등에 관한 오랜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조합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특이한 식성이나 개인의 기호에 따라 이와 다른 조합을 선호할 수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이상과 같은 조합을 선택한다면 크게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By | 2018-07-24T21:13:01+00:00 2018, 07, 24|명인 칼럼|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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