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 교수의 술 이야기] 맥주의 탄생과 제조

세계인의음료 맥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술은 단연 맥주다.

 

맥주는 값이 싸고 사시사철 계절을 불문하고 제조할 수 있으며, 알코올 농도가 낮다는 점에서 가장 대중적인 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어느 나라에서 만든 맥주든지 맛과 품질이 유사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범용성 있게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여행 중 무엇을 마셔야 할지 애매할 때는 맥주를 선택하면 가장 무난할 것이다.

 

맥주의 역사

인체의 60~70%는 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물을 마시지 않으면 안된다.

사람들은 물을 공급받는 수단의 하나로 맥주를 마셨다. 옛날 사람들이 평균 수명이 짧았던 가장 큰 이유는 수인성 질병이 많았기 때문이다.

 

맥주는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생물에 대하여 저항력이 강하여 와인과 함께 가장 안전한 음료로 여겨 졌다.

맥주에 대한 찬사는 고대 이집트 시대의 벽화로부터 오늘날 세계 각지의 생맥주 집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맥주제조기록 - 메소포타미아 점토판

맥주 제조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B.C.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슈메르인의 유적지에서 출토된 점토판에서 발견되었다.

이 방법은 맥아를 빻아서 빵을 만든 다음, 빵에 물을 붓고 반죽하여 발효시킴으로써 맥주를 만드는 것이었다.

 

한편 고대 이집트에서도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인부들에게 맥주와 마늘을 배급한 기록이 남아 있다.

따라서 맥주 제조법 역시 와인 제조법과 마찬가지로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시작되어 이집트를 거쳐 유럽 각지로 전파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북유럽에는 포도가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맥주가 이 지역 각지의 토속주로 자리 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수도원맥주

중세에는 와인과 마찬가지로 수도원에서 맥주의 양조를 담당했다.

봉건 영주들이 수도원에 양조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수도원은 자가 소비하고 남은 맥주를 팔아서 많은 수익을 얻었다.

 

당시 최고의 두뇌 집단에 속하던 수도사들은 보리의 품종 개량과 양조기술의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성경에 언급된 와인의 해석에 관해 많은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술로 인한 폐단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13세기 보헤미아(체코)의 왕 웬체슬라스(Wenceslas)는 이미 1,000여 년 전 줄리어스 시이저가 찬미했던 것처럼 맥주를 ‘고귀하고 전능한 음료’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교황에게 맥주 제조 금지령을 풀어 주도록 건의하였다.

 

이것이 체코에서 맥주 산업이 발달하게 된 원천이 되었으며, 이때부터 체코의 맥주가 전 유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1516년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는 유명한 ‘맥주 순수령’을 반포하여 독일 맥주 산업 발전의 초석을 쌓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각지의 맥주에는 토속 향료 식물이 첨가되었는데, 그 가운데서 호프(Hop)는 맥주 제조를 위해 없어서는 안될 필수원료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호프는 냉량성 작물로서 체코나 독일 등지에서 주로 생산된다. 호프는 상큼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서 맥주의 쌉쌀한 맛을 내줄 뿐 아니라 맥주에서 윤택이 나도록 하는 청징작용도 한다.

 

18세기의 영국에서는 산업혁명 덕분에 맥주 양조 기술도 크게 발전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 독일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오늘날은 독일식 양조법이 전세계 맥주 양조법의 모델처럼 간주되고 있다.

  

 

맥주의 원료

맥주의 품질은 원료의 품질과 양조 및 여과기술, 그리고 포장기술에 따라 좌우된다.

맥주의 원료는 수백년에 걸친 품종 개량을 거쳐 육종되었으나, 해마다 기후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엄선하지 않으면 안된다.

 

보리

맥주원료 보리

보리와 수수는 양조용 곡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곡물들은 발아할 때 탁월한 당화 효소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맥아(Malt)는 보리의 싹을 틔워 말린 것으로 흔히 우리가 엿기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보리는 이로 깨물어야 부스러질 정도로 단단하지만 엿기름은 손으로 조금만 눌러도 쉽게 가루가 된다. 이것은 보리에 싹이 틀 때 나오는 당화 효소와 단백질 분해 효소가 보리에 저장된 양분들을 분해해 버렸기 때문이다.

엿기름은 보리나 수수뿐만 아니라 옥수수, 밀, 쌀 등의 곡물에 들어 있는 전분이나 단백질을 당분이나 아미노산으로 쉽게 분해시켜 준다.

 

보통의 식용 보리는 6줄 보리로 토지 단위당 총 수확량은 많으나 양조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맥주 양조용 보리는 2줄 보리로서, 이 보리는 낱알이 크고 발아력이 왕성하다. 2줄 보리는 유럽 등 온대 지방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남, 경남, 제주 지역에서 잘 자라는 편이다.

 

 

 

호프(Hop)

맥주원료 홉중세 이래로 서양 사람들은 맥주 제조시에 수많은 약초나 향료식물을 넣었는데, 그 가운데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것이 호프이다.

맥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고대 바빌로니아나 이집트에서는 호프를 쓰지 않았다.

이 시기의 맥주는 아마도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흡사했을 것이다.

호프는 맥주의 맛과 신선도를 향상시켜 주었고, 특히 보존성이 뛰어나 맥주의 대량 유통을 가능하게 해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호프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 덩굴식물의 꽃으로서 작은 솔방울같이 생겼다.

그 가운데 맥주용 호프는 암나무의 꽃으로 만일 암 ․ 수나무를 같이 심으면 수정이 일어나서 호프의 중요 성분이 감소되기 때문에 암나무만을 따로 재배한다.

냉량성 작물로서 햇살이 잘 들고 서늘하며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잘 자란다.

 

 녹색 황금‘호프’ : 독일의 어느 호프 농장에서는 일하던 여성 인부 전원이 2~3일마다 생리를 하는가 하면, 남성들의 젖가슴이 여성처럼 부풀어오르는 현상이 일어났는데, 후에 이것은 호프에 함유된 여성 호르몬의 작용 때문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중세 수도원에서는 수녀들의 생리가 불순할 때 호프를 끓여 마시고 효과를 보았으며 체코의 농민들 사이에서는 베개 속에 호프를 넣고 잠을 자는 습관이 있었다.

호프 베개를 베고 자면 숙문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호프의 노란 가루 속에 진정 작용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명이 되었다.

그 때문인지 독일에서는 호프를 ‘녹색 황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호프는 맥주에 특유의 쓴맛과 향기를 내준다. 탁한 것을 맑게 해주는가 하면 잡균의 번식을 억제하기도 한다.

신장 결석이 있는 사람들의 예방약이 바로 맥주라고 하는데 이는 호프가 가진 탁월한 이뇨 작용 때문이다. 이처럼 오늘날에는 호프가 없는 맥주는 생각할 수도 없게 되었다.

 

호프가 맥주 양조에 기여하는 성분은 수지와 유기산이다.

이들의 조화는 매우 중요하며 맛과 향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간혹은 맥주 거품이 지나치게 솟아오르는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호프가 주로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 재배되는데 품질은 북한산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북한산 호프는 품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으며, 북한이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수출품이기도 하다.

 

 

맥주 효모

효모는 자연 상태에서 땅, 식물의 표면, 공기 중의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당이 있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발효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의 조건하에서는 다른 미생물도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으므로 효모 관리에 특히 철저를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효모의 종류에 따라 ‘발효의 효율이나, 맥주의 향과 맛에 영향을 주는 미량 성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각 양조회사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효모를 관리하고 있다.

 

 

미생물은 산소가 있는 상태에서 생장/생식을 하는 호기성 미생물과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생장/생식을 하는 혐기성 미생물, 그리고 산소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생존 방식이 달라지는 임의성 미생물로 구분할 수 있다.

효모는 산소가 있는 상태에서는 생장 및 생식을 하지만 산소가 없으면 알코올 발효를 하면서 그 에너지로 생존하게 된다.

효모와 공기는 이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발효시에는 산소량을 적절하게 조절해 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맥주 만드는 법

맥아 제조

보리에 적당한 수분을 공급하고 따뜻하게 온도를 맞추어 주면 싹이 튼다. 싹이 적당히 트면 맥아를 건조시킨다.

맥아는 건조 방법에 따라 효소의 활성이 달라지게 되며, 이때 형성된 맥아의 색깔은 맥주의 색깔을 결정하게 된다.

 

맥주 원료 - 발아맥아

맥아를 건조할 때 열을 많이 가하면 초콜릿색으로 되는데 이 맥아로 양조한 맥주를 농색(濃色) 맥주라 하고, 보통의 옅은 색 맥아로 양조한 맥주를 담색(淡色) 맥주라고 한다.

 

오늘날 유통되는 대부분의 맥주는 담색 맥주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OB, 크라운, 카스 맥주는 모두 담색 맥주에 속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수제맥주를 만드는 곳이 많아지면서 브루어리마다 자신들만의 특색있는 맥아를 사용하기도 한다.

 

 

당화

맥아를 잘게 부수어서 맥분을 만든 다음, 담금 솥에 넣고 65°C 정도의 열수를 가하면 당화가 일어난다.

이때 부원료로 옥수수 가루를 넣어 주더라도 맥아의 효소가 있기 때문에 당즙을 얻을 수 있다.

이 당즙에 호프를 넣고 100°C로 끓이면 당즙이 살균되는 것과 아울러 호프 특유의 향기와 쓴맛이 우러나게 된다.

멸균된 당즙은 냉각 과정을 통해 발효에 적정한 온도로 맞추어진 다음 발효조로 이송된다.

 

 

발효와 숙성

발효조로 당액이 이송됨과 동시에 효모가 첨가된다. 이때 발효조 내부의 온도, 공기량, 탄산가스의 압력 등 발효 조건이 잘 조절되어야 한다.

 

발효시의 온도는 효모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상면 효모는 20도 내외에서, 하면 효모는 7도 내외에서 발효를 잘 일으킨다.

발효시 효모가 당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한다.

 

냉각 기술이 발전되기 전에는 영국식의 상면 발효가 맥주 양조 기술을 주도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맥주 양조에서는 주로 독일식의 하면 발효를 이용한다.

 

발효의 초기에는 먼저 효모가 맥즙과 발효조 상단의 빈 공간에 있는 산소를 이용하여 활발하게 증식한다.

그 다음 단계로 발효조 내부에 있는 산소가 고갈이 되면 효모는 알코올 발효를 시작한다.

 

알코올 발효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효모가 살아 나가는 방편이다. 발효시 효모는 당을 분해하여 에틸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생성한다.

 

효모는 에틸 알코올을 주로 만들지만 이때 수백 가지의 다른 미량 성분들이 부산물로 생성된다.

이 성분들은 맥주의 향기와 맛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발생량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상적인 발효과정에서는 1주일 정도의 전발효가 진행된 다음, 1~3개월 가량의 숙성(후발효) 기간이 필요하다.

 

전발효 기간 중에는 주로 당이 에틸 알코올로 변환된다.

자연계는 참으로 오묘한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다. 자연 속에서는 인간을 포함한 누구도 영원한 강자가 될 수 없다.

효모는 발효 초기에는 20분마다 2배로 증식을 한다. 그러다가 산소가 고갈됨에 따라 증식이 멈추는 대신 악조건하에서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며 생존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알코올농도가 점점 높아감에 따라 효모는 활성을 잃게 되고, 알코올 농도가 4% 이상이 되면 효모는 자가용해(Autolysis)되기 시작한다.

 

효모의 전성기가 끝나면 이번에는 유산균이 번식하기 시작하는데 유산균은 젖산과 미량의 향미 성분들을 생성한다.

유산균 역시 유산의 함량이 높아지면 자가용해된다.

 

숙성 기간은 이런 후발효의 과정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전발효만 일어난 상태의 맥주는 향이 밋밋하고 맛이 거칠다. 맥주의 향과 맛은 후발효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라거맥주vs에일맥주

에일(Ale)과 라거(Lager) : 맥주의 효모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발효가 끝나면 거품과 함께 위로 떠오르는 효모를 상면 효모, 밑으로 가라앉는 효모를 하면 효모라고 한다.

19세기 이전에는 상면 효모가 대부분이었으나 오늘날은 주로 하면 효모가 이용된다. 토양 상면 발효시킨 맥주를 에일(Ale), 하면 발효시킨 맥주를 라거(Lager)라 한다.

따라서 라거 맥주 공장은 하나의 거대한 냉장고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과 및 포장

 맥주의 여과와 포장은 미관뿐만 아니라 위생적인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맥주 발효에 참여한 효모나 유산균 등 미생물까지 완벽하게 걸러 낼 수 있는 오늘날의 여과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세계 각지에서는 ‘병 생맥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병 맥주는 병입한 후에 맥주 내에 있는 미생물을 죽이기 위하여 약 62°C로 저온 살균을 했다.

 

그러나 맥주의 온도가 올라가서 일단 데워지게 되면 향미 성분이 화학 변화를 일으켜 맥주의 맛과 향이 약간은 변하게 마련이다.

음식물이 신선했을 때와 그것을 구웠을 때의 맛이 다른 것과 같은 논리다. 따라서 종래에는 병입한 후 저온 살균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생맥주와 병맥주를 구분했다.

 

어떤 맥주의 향과 맛이 좋은가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기호에 달려 있다.

어쨌거나 병입한 이후 저온 살균하는 방식 대신 미세한 여과 방식으로 미생물을 제거한 맥주는 ‘병 생맥주’라 불리게 되었다.

 

By | 2018-08-07T21:15:24+00:00 2018, 08, 07|명인 칼럼|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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