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 교수의 술 이야기]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좋은 술에는 각자의 추억이 담겨 있다.

미국 출장을 가면 들르는 친척집이 한 군데 있다.

친척은 70년대 초반 한국이 어려울때 이민을 와서 안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이제는 터를 잡고 여유있게 살고 있다.

그런데 그 친척에 술에 관해선 매우 특색이 있는다. 그는 캘리포니아산 “카를로 로시”라는 레드 와인만을 내놓는데 이 술은 당시에 1갤런에 11달러 하는 싸구려 술이었다.

눈물을 안주 삼아 마시던 이 술을 지금도 가장 좋아 한다고 한다. 그런 얘기를 듣고 막걸리처럼 마셔보니 포도주가 정말 맛있게 느껴진다. 술에는 추억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예전 80년대 올림픽을 전후해 한국에 스탠드바가 유행했다. 당시만 해도 위스키가 귀해 주로 칵테일을 많이 마셨다.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칵테일은 진토닉 이었다.

필자는 지금도 가끔씩 씨그램진과 토닉 워터를 1대 3으로 섞은 칵테일을 즐긴다.

또한 예전에 히트한 술중에 설중매는 맛과 향, 참신한 디자인으로 애주가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투박한 녹색병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는 매실이 향취를 보태는 것 같다.

양주 중에는 “대통령 술”로 회자됐던 시바스리갈이 한국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고전적인 언더록스 잔에 얼음조각 3,4개를 띄워 마시면 코끝에 피어오르는 향기에 취하고 한 모금 마시면 입속에 향이 밴다.

사람들은 왜 음주를 하는가. 기쁨을 더하기 위하여, 괴로움을 달래기 위하여, 서먹함을 떨쳐 버리려고, 용기를 내려고 술을 마신다.

술자리에는 추억이 남게 마련이다.

그렇듯 술이란 추억이라는 안주와 함께 하면 누구에게는 싸구려 술이 최고의 술이 되며, 인생의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문제는 한국인의 음주문화다.

술자리는 언제 부턴가 취하기 위한 자리가 됐다. 한해를 보내는 연말 술자리는 그 정도가 심해진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삶에 윤활유 역할을 하지만 지나치면 자극제로 돌변 한다. 연말을 맞아 몇가지 음주습관을 고쳐야겠다.

 

 

 

첫 잔은 건배를 하는게 좋지만 두번째부터는 자작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술을 너무 빨리 마시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비싼 값을 치르고 마시는 술을 음미하면서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셋째로 마지막 잔을 알아야겠다.

자기의 주량을 자기가 관리하여 “오늘은 이잔이 마지막 잔이다”라고 다짐 하지 않으면 술에 빠지기 쉽다.

 

술은 술을 부르는 속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음주문화가 다 잘못된 것은 아니다.

 

 

쌓이는 현대생활의 스트레스를 털어내기 위해 또는 사람들 사이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한잔 하는 것이 어찌 문제가 되겠는가.

단지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는 속담처럼 과음은 피해야 하겠다. 주량에 맞게 적당히 마신다면 송구영신의 자리가 얼마나 값지랴!

 

By | 2018-02-19T10:18:07+00:00 2018, 02, 19|명인 칼럼|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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