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 위스키: 위스키 탄생지의 부활

대영제국 확장 발맞춰 호황, 독립 후 수출 제재받아 몰락 그리고 1966년 4개 증류소만 남아…

신선한 생크림 원료 제품 등 현대적 공법으로 변화 모색, 성장률 年 10% 세계 최고.

 

 

호수의 나라 아일랜드 사람들은 스코틀랜드 사람들처럼 유순하고 소박하다.

 

영국 서부의 현지인들이 ‘에린’이라 부르는 섬이 있다.

 

한반도의 절반 크기에 술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예이츠 같은 시인들이 호수와 목가적 풍경을 칭송한 나라.

바로 아일랜드다.

 

아일랜드인들은 이웃 대국인 영국의 침략과 견제로 인한 질곡의 역사를 갖고 있다.

20세기 들어 간신히 독립을 이룬 후에도 기근과 가난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날에는 유럽 최고의 정보기술(IT) 강국이자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아일랜드 위스키 역사는 아일랜드 역사를 거울에 비춰 보는 것과 같다.

 

아일랜드인의 조상인 켈트인은 아일랜드섬과 브리튼섬을 근거지로 발전했다. 하지만 중세에 접어들며 브리튼섬에 들어온 앵글족과 색슨족에 의해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및 웨일스 지역으로 쫓겨난다.

 

위스키 종주국으로 인정받는 스코틀랜드 위스키도 아일랜드에서 먼저 만들어졌다. 역사학자들은 아일랜드인이 위스키를 만든 시기를 12세기께로 추정한다.

 

영국인이 자랑하는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도 아일랜드인 카페이의 연속식 증류기 특허로 제조됐다.

아일랜드가 영국에 완전히 병합된 것은 영국의 헨리 8세 때 일이다.

 

아일랜드 위스키산업은 영국 관리 아래 이웃 스코틀랜드처럼 어려움을 겪는다.

그전에는 일반 가정도 위스키를 증류할 정도로 위스키 제조가 성행했지만 영국 정부는 세수 확충을 위해 양조증류권리 발급을 의무화한다.

하지만 이런 제재도 아일랜드인의 위스키에 대한 열정을 막지 못했다.

 

1779년 아일랜드에는 다수의 밀주 제조자를 포함해 1152개의 증류소가 운영되기에 이른다.

이에 대응해 영국은 세법을 개정하고 엄격하게 단속한다.

그 결과 1823년에는 아일랜드에 40개의 증류소만 남게 된다. 그러나 어려움도 잠시, 대영제국의 확장으로 아일랜드 위스키는 스카치와 함께 호황을 맞는다.

 

 

미들턴증류소 증류기

1867년 당시 세계 최대 3만1500갤런의 규모를 자랑한 증류기. 현재는 전시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오늘날에도 가동 중인 미들턴 증류소는 1867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3만1500갤런(약 12만L) 규모의 증류기를 보유하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위스키산업은 매우 밀접했고, 양쪽 모두에 증류소를 소유한 업체가 있는 등 인적 교류도 왕성했다.

그러나 1923년,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아일랜드 위스키산업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아일랜드는 독립 직후 영국과 치른 무역전쟁의 결과 영국 본토는 물론 대영제국을 이루는 모든 구성국에 위스키 수출을 제재받았다.

 

 

대영제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던 미국에도 금주법 때문에 판로가 막히자 아일랜드 위스키는 해외 시장에서 설 땅을 잃는다.

이후 스카치 블렌디드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던 아이리시 위스키는 내수에만 치중하게 됐다. 1966년에는 네 개의 증류소만 남는다.

 

1970년에 이르러 아일랜드 위스키산업은 변화를 모색한다.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던 미들턴 증류소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설비를 도입했고, 쿨리(Cooley) 같은 증류소도 세워졌다. 또 아이리시 위스키와 아일랜드의 신선한 생크림을 원료로 한 새로운 제품도 탄생했다.

 

 

베일리스와 기네스맥주

베일리스와 기네스맥주

베일리스(Baileys Irish Cream)는 아이리시 크림이라고 불리는 이 음료의 대표 주자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리큐어 중 하나다. 통계학적 양조 관리를 통해 품질을 향상시킨 흑맥주 기네스가 판로를 전 세계로 넓힌 것도 바로 이때 일이다.

 

새로운 도전을 바탕으로 아일랜드 위스키는 전통성을 고수하는 스코틀랜드와 달리 현대적인 공법으로 위스키를 생산하게 됐다.

 

그 결과 미들턴 증류소의 대표 제품인 제임슨(Jameson Irish Whiskey)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팔리는 위스키로 자리매김하며 큰 성공을 거둔다.

제임슨은 세 번의 증류를 통한 다양한 원액 생산과 블렌딩을 중시하며 스카치 위스키와는 달리 원액의 숙성 연산 표기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지 않는다.

 

오늘날 아일랜드 위스키산업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생산량은 세계 5위이며 성장률은 연평균 1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온고지신의 자세로 전통을 잊지 않되 기술적 혁신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얻은 노력의 산물이다.

21세기 들어 경제적·사회적으로 혁신을 이룬 아일랜드인들처럼 위스키 탄생지로서 다시 명성을 떨칠 아이리시 위스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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