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3] 미국, 캐나다의 위스키

대륙의 위스키: 도전과 창의의 역사
메이플라워호

메이플라워호

1620년 영국의 항구도시 플리머스에서 닻을 올리는 배가 있었다.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하는 영국인들을 태운 메이플라워호였다.

 

두 달여의 항해 끝에 도착한 신대륙의 기후는 가혹했다.

그해 첫 겨울 배를 탄 영국인의 절반만이 살아남았다. 원주민의 도움으로 재배한 옥수수 덕분에 살아남은 이들은 유럽에서 새로 넘어온 이주민들과 힘을 모아 정착했다.

1세기 후 100만 명 규모로 성장했다. 위스키가 만들어진 것도 이때의 일이다. 아일랜드, 스코틀랜드계 이주민이 주축이었다.

 

 

호밀

보리와 밀을 주로 재배하는 서유럽 지역과 달리, 북미 대륙 동부에서는 옥수수 귀리 호밀 등이 재배하기 쉬웠다.

19세기에 접어들며 미국 중부 내륙의 켄터키, 테네시주의 이민자들은 옥수수를 주원료로 사용한 위스키를 개발하고 이를 ‘버번(Bourbon) 위스키’라고 불렀다. 스카치에 다채로운 향을 입혀주는 보리와는 달리 옥수수는 향미 성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버번 제조자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곡물을 함께 섞어 발효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풍부한 산림자원 덕에 매번 새로운 오크통을 사용했다.

오늘날 버번은 미국 위스키의 대명사가 됐다. 세계 판매량 1위 위스키 제품인 잭 다니엘과 3위 짐 빔 등을 필두로 미국 증류주 수출액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한다.

 

 

다만 잭 다니엘은 미국 연방법상 버번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테네시주에서는 별도로 ‘테네시 위스키’로 규정하고 있다.

테네시 위스키는 버번과 유사하나 숙성 전에 원액을 단풍나무 숯으로 여과하는 차이가 있다. 버번은 최소 2년 이상 숙성돼야 하지만, 대개 숙성 기간을 표기하지 않는다. 덥고 건조한 기후를 가진 미국 중부 지역에서는 지나친 오랜 숙성은 오히려 품질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잭 다니엘과 짐 빔 등 미국의 주요 위스키는 연산 표기를 하지 않는다. 미국 위스키 시장은 한때 금주법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다시 활력을 찾아 세계 위스키 생산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 위스키도 미국처럼 옥수수를 주원료로 한다.

캐나다만의 특징이라면 위스키에 가미한 부드러운 귀리 향. 추운 캐나다 기후에서 잘 자라는 귀리가 위스키의 원료로 쓰인 결과다. 캐나다에서는 캐나디안 라이, 캐나디안 위스키, 라이 위스키가 모두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금주령은 캐나디안 위스키에 큰 기회가 됐다.

미국법의 제재를 받지 않은 캐나다 위스키는 국경 건너편 수요를 맞추기 위해 원액을 높은 도수로 증류하는 등 대량 생산 방법을 강구했다. 하지만 추운 캐나다 기후는 숙성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못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캐나다 정부는 다른 주류를 9.09%까지 섞는 것을 허용했지만 최근에는 다른 주종과 섞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라 쿨룸 증류소

미국 필라델피아 라 쿨룸 증류소

신대륙에선 최근 소규모 ‘크래프트 증류소’가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 2007년 100개도 안 되던 증류소가 10년 만에 1000개를 돌파했다.

증류소마다 각양각색의 위스키를 생산하면서 다양성으로 승부하고 있다. 맛과 향은 다 다르지만 크래프트 증류소들의 제조 방법과 양조 철학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다양한 위스키 및 증류주(몰트, 블렌디드, 버번, 라이, 진, 보드카 등)를 제조하는 것.

둘째,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공법으로 제조하는 것이다.

 

제조 방법의 혁신은 굉장히 파격적이어서 위스키 제조공정 중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숙성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 기압의 차이를 이용하거나, 초음파를 사용하는 증류소도 등장했다.

이민자들에 의해 시작된 북미 대륙의 위스키는 현지 풍토와 작물에 맞춰 고유의 독자적 문화로 발전했다. 버번과 캐나디안에 이어 크래프트 증류소 위스키까지 그 과정은 아직 진행형이다. 이들의 끊임없는 창의와 도전이야말로 신대륙을 찾아 떠났던 메이플라워호의 유산이 아닐까.

By | 2020-10-06T10:49:17+00:00 2020, 10, 06|명인 칼럼|0 Comments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