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맥주

19세기 냉동기술의 발전은 식품 전반에 걸쳐 혁명을 일으켰다. 맥주 산업에 서도 냉각 기술로 사시사철 라거맥주를 양산했다.

이런 열풍은 영국의 맥주업계에도 불어닥쳤다. 그러나 2차대전 후 복고풍의 상면 발효 에일 맥주가 부활되었다.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라거맥주를 소비하는 데 비해 영국에서는 오늘날 소비되는 맥주의 약 2분의1이 에일 맥주다.

색깔이 옅은 금색에서 짙은 루비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에일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보통 3.5∼4.5 도로 사교적인 용도로 음용된다.

 

 

영국의 PUB

영국 전역에 발달되어 있는 펍(Pub)에 가면 3∼6개 종류의 생맥주를 판다.

3∼6핸드 펌프 세트로부터 따르는 생맥주의 맛과 향 그리고 색깔과 거품은 각양각색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병이나 캔으로 가정에서 소비되는 양이 많은 데 비해 영국에서는 아직도 펍에서 생맥주 형태로 소비되는 양이 많다.

 

대형 양조회사가 직영하는 체인 펍이 전체의 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영국 맥주는 목통에서 숙성된다.

이것은 살균되지 않은 맥주로서 양조장에서 펍의 저장고로 가서 저온 상태에서 저장되는 동안 발효와 숙성이 지속돼 중후한 풍미를 낸다.

1960년대 영국의 대형 맥주회사들은 목통으로부터 다루기 쉬운 알루미늄통으로 교체하였는데 1970년대에는 소비자들이 진짜 에일 맛이 나는 맥주를 찾아 소규모의 작은 양조장이 등장했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는 한때 독일의 뮌헨, 체코의 필젠과 함께 유럽 맥주의 주산지로 군림하였다.

에든버러의 북서쪽에는 수량이 풍부하고 수질이 좋은 강이 많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에든버러에는 18개의 맥주회사가 있었으며 여기서 생산하는 맥주의 대부분은 수출됐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도 맥주 산업이 발달되면서 몇몇 회사로 합병되었다.

영국의 주요 맥주회사는 1777년 설립된 바스(Bass), 포터(Porter)로 유명한 화이트 브래드(White bread) 그리고 테넌트(Tennent‘s) 등이며 이들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는다.

 

필자는 에든버러의 소규모 지역 맥주 회사인 칼레도니안 양조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1860년대에 설립된 이 양조장은 1980년대 경영위기를 맞았는데 필자와 친분이 있는 양조 기술자가 이 회사를 인수하였다. 그는 당화조를 비롯하여 목통으로 된 발효조 등 설비는 전통 방법을 고수하는 반면 온도 조절과 효모 첨가를 과학적으로 관리하여 스코틀랜드 전통 에일을 성공적으로 재현하였다.

1996년에는 그의 칼레도니안 맥주가 스코틀랜드의 맥주 챔피언이 되었다. 그는 인수 당시보다 3배 이상 판매량을 늘리고 성공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필자는 에든버러에 가면 펍에 들러 향이 풍부하고 맛이 중후한 칼레도니안 맥주를 마신다.

 

필스너(Pilsner)와 버드와이저(budweiser)

연간 1인당 170ℓ의 맥주를 음용하는 체코인들은 단연 세계 최고의 맥주 애호가들이다.

체코의 프라하는 독일의 뮌헨과 함께 맥주의 메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찍이 라거 맥주의 표준이 된 체코의 필스너 맥주와 버드와이저는 세계적인 맥주로 부상했다.

버드와이저 상표의 미국 안호이저 부시사는 세계 최대의 맥주 회사로 군림하고 있다.

버드와이저

역사는 우연한 동기에서 변화가 시작되곤 한다. 샴페인에서 한 신부에 의해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이 발견되었듯이 필스너 맥주는 1842년 그롤(Groll)이라는 한 고집쟁이 양조장 주인에게서 시작된다.

 

당시 체코의 보헤미아에서는 탁하고 색깔이 짙은 갈색 독일식 맥주가 유행이었다.

그는 뭔가 다른 맥주를 만들려고 노력하다가 맥아를 기존의 방식보다 낮은 온도에서 건조하여 사용하였다. 이 맥주는 옅은 금색으로서 금세 필젠 지역뿐만 아니라 뮌헨과 비엔나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는 종전의 맥주가 혼탁한 것을 보고 이를 제거하려고 노력했다. 그리하여 그는 투명한 금색 맥주를 생산하게 되었다. 이 방법은 후에 라거 맥주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그 지역의 이름을 따서 필스너(Pilsner) 맥주라 일컬어졌다.

 

버드와이저의 기원은 멀리 12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헤미아의 남부 오스트리아 접경 지역인 버드바이스(현재의 Budejovice 독일어로 Budweis)에서 옥타르(Otakar) 2세의 명으로 맥주 양조장이 건립되었다. 그곳은 풍부한 연수가 있는 지하 호수에서 양조 용수를 사용할 수 있었으며 스위트한 몰다비안 맥아와 최고급의 호프를 사용해 당시 최상품의 맥주를 생산했다.

버드바이스 지역은 15세기에 44개의 맥주 양조장이 설립되어 마치 중국의 귀주나 프랑스의 보르도처럼 주향이 되어 있었다.

17세기에는 버드바이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맥주를 버드바이저(Budweiser)로 부르게 되었다. 19세기 후반부터 버드바이저 맥주는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됐다.

 

특히 버드바이저 부드바(Budweiser Budvar)는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미국의 안호이저 부시사와 체코 국영 버드바이저 부드바사는 상표권으로 수십 년간 분쟁을 해왔다.

현재는 안호이저 부시사가 오리지널(Original)이라는 말만 빼놓고 버드바이저 상표명을 사용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체코인들은 자국의 맥주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체코의 대왕 윈체스라스는 일찍이 교황만이 갖고 있는 양조권을 이양 받아 유럽에서는 최초로 대형 양조장을 건립했다.

체코에는 풍부한 보리와 양질의 지하수 그리고 최상 품질의 호프가 생산되고 있다. 그들의 맥주는 세계로 전파되어 오늘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술로 자리 잡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스타우트(Stout)

guinness-스타우트

기네스북으로 유명한 기네스사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19세기 초부터 맥주를 양조해왔다.

기네스 맥주는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인기가 좋아 꾸준한 판매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네스 맥주 덕택으로 아일랜드 맥주하면 으레 까만 잔 위에 갈색의 짙은 거품이 이는 스타우트 맥주를 연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흑맥주로 알려져 있는 이 맥주는 하도 짙어서 마치 크림같이 느껴진다.

 

아일랜드인들은 청동기시대 때부터 맥주를 양조해 왔다.

13세기경 증류기술이 보급, 위스키가 인기를 누려온 것이 사실이지만 아일랜드에서는 맥주 양조가 주산업이다. 특히 스타우트인 기네스는 전체 맥주 소비량의 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원래 스타우트는 잉글랜드에서 유행하던 맥주였다.

18세기에 아일랜드에 유입된 스타우트는 19세기엔 기존 맥주를 거의 교체시켰다.

스타우트를 제조하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우선 기네스 익스트라 스타우트 맥주 제조 방법을 엿보기로 하자.

 

이 맥주는 나이 먹은(3∼4개월 숙성된) 맥주와 젊은(15일 정도 발효된) 맥주를 블랜딩하여 병입한 후 1개월 더 숙성한 후 판매한다.

이 맥주의 원료 중 25%는 쪄서 누른 보리인데 최종 제품에 풋내가 나게 하며 거품이 오랫동안 일게 한다.

원료의 10%는 구운 보리를 사용한다. 구운 보리는 색깔을 짙게 내며 쓴 과일맛과 커피향이 나게 한다. 또한 다양한 호프를 첨가하여 짙은 쓴맛을 내기도 한다. 따라서 스타우트의 향은 토우스트향, 와인향, 나무향이 나며 쓴 커피, 초콜릿, 덜 익은 바나나 맛이 난다.

 

특이한 스타우트를 소개하면 굴 맥주와 우유 맥주가 있다.

스타우트는 어패류와 잘 어울리는 맥주이다. 우리나라에 갈치나 오징어 등의 생선을 김치에 삭여 먹듯이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에서는 스타우트에 굴을 넣어서 발효시키는 풍습이 있었다.

더블린의 기네스 맥주공장 옆에는 포터 하우스라는 소규모 맥주공장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맥즙을 끓일 때 호프와 함께 더블린 만에서 생산된 굴을 넣는다.

 

이 스타우트는 물론 강력한 비린내와 함께 요오드 냄새가 난다. 이 맥주는 생선 요리와 잘 어울려 바다 요릿집에서 잘 팔리고 있다.

 

우유 맥주는 맥즙을 끓일 때 호프와 함께 9%의 젖당을 첨가한다.

이 맥주는 보통 맥주보다 알코올 도수는 약간 낮으나 약한 과일 맛과 과자 맛이 난다. 마치 에스프레소(Espresso) 커피 맛과 흡사하다. 포터(Porter)라고도 불리는 스타우트는 아프리카에서 많이 소비되며, 카리브 연안과 스칸디나비아, 그리고 미국에서 특별한 소비자들의 애호를 받고 있다.

유명 브랜드로는 기네스, 사뮤엘 스미스, 영스 쵸콜릿,라이언 스타우트 등이 있다.

 

독일의 알트(Alt) 비어와 쾰쉬(Kolsch)비어

독일은 1인당 맥주 소비량이 연간 150ℓ로서 체코에 이어 맥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량 소비되는 맥주는 지방마다 있는 소규모 맥주 공장에서 공급된다.

지방자치제가 발달한 독일은 각 지방의 전통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맥주 산업에도 이런 지방의 특색이 계승되고 있다.

 

그 중에 특색 있는 알트 비어와 쾰쉬 비어를 소개한다.

알트 비어는 뒤셀도르프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뒤셀도르프는 한때 중요한 광산지역으로 알트 비어는 이곳의 지친 근로자들에게 활력을 되돌려 주었다.

알트 비어는 짙은 맥아와 옅은 맥아를 블랜딩하여 구리 빛을 내는 맥주이다.

원래 알트 비어는 고온 발효를 하는 에일 맥주였는데 경험적으로 현대양조 공법을 응용하여 독특한 개량법을 확립하였다. 즉, 알트 비어는 에일을 만드는 것처럼 처음에는 고온 발효를 한 다음 몇 주간 저온 숙성을 한다.

알트 비어는 매우 부드럽고 둥근 특성을 지녔는데 영국의 에일 맥주나 독일의 라거 맥주와 다른 맛을 낸다.

소규모 양조장을 겸한 선술집에서는 발효 숙성한 오크통을 그대로 바에 내어 놓고 생맥주를 파는 집도 있다.

 

이런 맥주는 달콤한 과일 향과 구운 맥아 맛이 이채롭다.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가 태어난 볼커 스트라세에는 실제로 양조에 사용되는 맥아 담금 솥 옆에 테이블을 놓고 맥주를 파는 맥주집이 여러 곳 있다.

맥주는 향긋한 호프 향과 약간 쓴 맛을 내고 있다.

 

라거 맥주 왕국인 독일에서 여섯 번째로 큰 맥주회사인 디벨(Diebel)사는 가장 큰 알트 맥주 회사다.

Diebel beer

디벨의 알트 맥주는 4.8도이며 오렌지 맛이 가미된 고소한 맛을 지닌 구릿빛 맥주이다.

독일계 이민이 많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모데스토에는 앰버 알트 맥주가 성업 중이다.

 

 

쾰쉬 비어는 독일의 쾰른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콜로네시에 있는 20개 맥주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콜로네는 라인란트 주의 수도인데 로마 정복시대로부터 맥주 주산지로 꼽히고 있다.

콜로네는 1396년 최초의 양조장인 조합이 생겼을 정도로 맥주 양조가 발달되었던 곳이다. 맥주 양조장은 선술집에 붙어 있었는데 이런 전통은 1차 대전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쾰쉬 비어는 약간 옅은 색으로서 고온 발효를 하나 저온 숙성을 한다. 쾰쉬 맥주는 5도로서 쓴맛이 약하다. 맥아 향이 강하고 단맛이 없으며 미묘한 호프향을 띈다.

쾰쉬 맥주양조 조합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맥주의 상표에 ‘쾰쉬’라는 문구를 쓸 수 없도록 법제화하여 쾰쉬 맥주를 보호하였다.

 

 

미국의 맥주

미국은 세계 제일의 맥주 제조 및 소비국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도 많다.

최근의 경향은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소규모의 맥주 양조장이 많은 맥주를 재탄생시키고 있다.

17세기 청교도들이 신대륙으로 이민을 시작한 이래 미국에는 유럽 각국으로부터 이민이 유입하였다.

그들은 각지의 문물과 함께 양조 기술을 미국에 심었다. 그리하여 미국에는 영국의 에일, 아일랜드의 스타우트로부터 체코의 필즈너식 맥주가 꽃피었다.

 

영국이나 프랑스인들보다 뒤늦게 미국으로 진출한 독일계의 이민으로 양조기술은 미국 전역으로 보급됐다.

그러나 청교도의 전통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금주운동과 그 결과 발효된 1919년의 금주법으로 미국의 주류 산업은 멸망하였다.

1929년 대공황 이후 금주법 폐지에 대하여 논의가 있었다. 즉, 금주로 인해 시민들의 사회적 활동과 노동자들의 경제활동이 현저하게 저하된 것으로 평가되었던 것.

이윽고 1933년 12월,14년 동안 유지되던 금주령이 폐지되었다. 이때는 종전의 양조 회사들은 사라지고 난 후였다.

 

거대 맥주 회사들이 탄생되면서 미국 맥주는 필즈너식 라거 맥주로 통일되었다.

특히 1970년대에 들어 대부분의 미국 애주가들은 기존 맥주보다 좀더 라이트하고 옅으며 쓴 맛이 덜한 맥주를 원했다.

각 회사들은 라이트 맥주, 저칼로리 맥주를 내놓았다. 포장 용기도 30리터 알미늄 통과 병으로부터 캔으로 이전되었다.

미국의 맥주 스타일은 획일화되었고 주로 광고를 통한 이미지 구축으로 버드와이저 등 몇몇 브랜드가 과점하였다.

이런 대형화 경향에 역행하여 1970년대 말에는 새로운 소규모의 맥주 양조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획일화에 식상한 고객들을 위하여 각종 스타일의 맥주를 양조하였다.

 

1990년대까지 새로운 소규모의 양조장 건립이 붐을 이뤘다.

어떤 양조장은 자체 펍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곳도 있고, 작은 지역에는 생맥주 형태로 공급하는 곳도 생겨났다.

이런 소규모 양조장들에서는 세계 역사에서 나타났던 대부분의 맥주가 생산되고 있다.

이들은 벤처 비즈니스처럼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맥주 회사인 안호니저 부쉬는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며 미국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밀러 맥주는 1975년 저 칼로리 맥주를 생산하여 새로운 붐을 일으켰다.

쿠어스 맥주는 수정 같은 콜로라도 강물로 빚은 산뜻한 맥주로 알려져 있으며 마이크로 휠터를 이용한 병 생맥주를 상품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밖에 미국에서 대량 소비되고 있는 맥주는 하이네캔과 칼스버그 등 다국적 맥주.

이들 몇 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으며 미국에는 1천3백여 개의 맥주 양조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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